『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줄장미
나태주(1945~)
컹,컹,컹, 개 짖는 소리
붉은 꽃송이 속에서 여러 마리의
개들이 입을 모은 그것은
무엇을 위한 비난이었으며 적의였을까?
들어가지 마시오
가까이 오면 안되오
텅 비어있는 마당
가득 고여 일렁이는 햇살
그러나 나는 끝내, 문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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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신선한 감각과 충격을 깊이 느껴 보라. 줄장미가 피어있는 마당 안, 장미꽃들이 일제히 개처럼 짖는다고 한다. 누가 꽃을 靜적이며 순하다 고 못박았는가. 여기선 식물이라 못박았던 순한 꽃들이 동물의 이미지로 강렬하게 부딪혀온다. 그것도 붉은 적의를 드러내고 맹렬히 짖어대는 그들의 포효."가까이 오면 안되오"처럼 범접할수 없는 개 짖는 소리, 그리고 뇌리 속에서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줄장미의 끈질긴 환청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나태주 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 [누님의 가을] [풀잎 속 작은 길] [산촌엽서][물고기와 만나다]외, 다수가 있으며, 흙의문학상,충청남도문화상,현대불교문학상,박용래문학상,시와시학상,편운문학상등을 수상했다.<신지혜.시인>
<신문발행일.SEP. 28.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