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神.2
이경림(1947~)
나는 매일 신을 신고 저자로 갔네
나의 신은 나의 발에 꼭 맞아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 같네
이따금 신은 고약한 냄새를 피우기도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나의 탓
내가 신을 씻기지 않았기 때문이네
어디로 가나요?
신은 내게 한 번도 물은 적 없네
나도 마찬가지.
내가 집안에서 쉴 때 신은 문 밖 댓돌에서 나를 기다리네
그럴 때 신의 속은 어둠으로 가득하네
몇 해 전,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그녀가 묻힌 비탈에서
그녀의 신이
옷가지들과 함께
불구덩이로 던져지는 것을 보았네.
神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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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멀리 있지 않다. 이 시가 그렇다. 신은 두 가지 '동음이의어'이지만, 여기선 곧 하나다. 신은 나의 가장 가까이 내 발을 신기고 있다. 살아있는 실존의 존재, 나타나있는 가시적인 존재들의 모든 이름이 神과 다름아니라 한다. "내가 집안에서 쉴 때 신은 문 밖 댓돌에서 나를 기다리네" 어떠신가.이런 눈물겨운 신의 모습은. 인간의 생을 따뜻이 위무하고 늘 고단한 인간의 곁에서 직립의 두 발 포근히 감싸주는 신의 가슴은. 이 시의 빛나는 여운이 오래오래 뇌리에 박힌다.
이경림 시인은 1947년 경북 문경 출생. 1989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토씨찾기]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 [상자들]이 있다.<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SEP. 21.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