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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스톤코리아신문]아내의 맨발/송수권2019-07-28 19:25
작성자
2007·10·11 00:18 | HIT : 1,440 | VOTE : 108
  
 

『보스톤코리아신문』

 

[ 가 있는 세상]

 

아내의 맨발

- 갑골문 甲骨文

송수권(1940~)

 

 
 


뜨거운 모래밭 구멍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몸체는 뒤집히고 짧은 앞 발바닥은 꺾여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있었다

유난히 긴 두 발바닥이 슬퍼 보였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마취실을 향해 
한밤중 병실마다 불꺼진 사막을 지나 
침대차는 굴러간다
얼굴엔 하얀 마스크를 쓰고 두 눈은 감긴 채 
시트 밖으로 흘러나온 맨발

아내의 발바닥에도 그때 본 갑골문자들이 
수두룩하였다

 

**************

 발바닥이 없다면 삶이 어떻게 운반되었겠는가. 생을 고스란히 이끌어온 두 발바닥. 얼마나 고투였겠는가. 삶의 사막과 능선을 넘어오느라 여기저기 발바닥이 갈라터진 채 병실에 누워있는 아내의 발바닥이 바로 "갑골문자들"이라 한다. 나날의 삶을 지탱하느라 고단하고 험난했을 궤적의 무늬를 새긴 치열한 그 발바닥, 이 시가 실로 가슴 짠한 감동으로 파고든다.
  
 송수권 시인은 전남 고흥 출생. 197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산문에 기대어> <꿈꾸는 섬> <파천무><언 땅에 조선매화 한 그루 심고>등  다수 시집 및 시선집과 산문집 등이 있다 문공부예술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영랑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동리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OCT. 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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