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아내의 맨발
- 갑골문 甲骨文
송수권(1940~)
뜨거운 모래밭 구멍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몸체는 뒤집히고 짧은 앞 발바닥은 꺾여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있었다
유난히 긴 두 발바닥이 슬퍼 보였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마취실을 향해
한밤중 병실마다 불꺼진 사막을 지나
침대차는 굴러간다
얼굴엔 하얀 마스크를 쓰고 두 눈은 감긴 채
시트 밖으로 흘러나온 맨발
아내의 발바닥에도 그때 본 갑골문자들이
수두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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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이 없다면 삶이 어떻게 운반되었겠는가. 생을 고스란히 이끌어온 두 발바닥. 얼마나 고투였겠는가. 삶의 사막과 능선을 넘어오느라 여기저기 발바닥이 갈라터진 채 병실에 누워있는 아내의 발바닥이 바로 "갑골문자들"이라 한다. 나날의 삶을 지탱하느라 고단하고 험난했을 궤적의 무늬를 새긴 치열한 그 발바닥, 이 시가 실로 가슴 짠한 감동으로 파고든다.
송수권 시인은 전남 고흥 출생. 197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산문에 기대어> <꿈꾸는 섬> <파천무><언 땅에 조선매화 한 그루 심고>등 다수 시집 및 시선집과 산문집 등이 있다 문공부예술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영랑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동리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OCT. 12.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