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간큰고등어
박민흠(1954~)
파도가 휘몰고 달아난 새벽을 보듬고 돌아와 등 마른
나를 일으킨다. 고향 떠난 서른 해, 어디에도 바다는 없
었다. 마른 갯벌에 누워 푸르뎅뎅 온몸에 멍이 들었다.
나는 눈을 뜨고 날마다 죽었다. 아가미를 벌려 배창시
까지 꺼내준 간고등어 한 마리. 푸른 등에 절망의 무늬
들 유서처럼 씌어지고 물살 휘젓던 꼬리는 광폭의 깃발
로 흔들렸다.
어느 이름 모를 손이 내 배를 갈라 쓰리고 아프다. 왕소
금에 절여진 숨이 짜디짜다. 어느 밥상머리에 나를 누이
고 외마치장단으로 날숨을 쉰다. 이게 끝이라면, 끝이라
면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 사랑하는 법을 몰라 평생 사
랑을 말하지 않았다. 한번도 고인 그리움을 뱉지 못했다.
한생 푹 삭아 내 몸이 염전이다. 더는 빼앗길 게 없는 나
는 간큰고등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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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절절함에 이끌려 보라. 뜨겁고 치열한 간큰 고등어가 여기 있다. 절대절명의, 숨막히는 삶의 해풍에 말라가서 마침내 생 하나를 온전히 바치며 염전이 된 삶이 아닌가. 낯선 땅에서 이제 "더는 빼앗길 게 없는" 푹 곰삭은 간큰 고등어의 적멸의 道가 시리도록 저리 환하다.
박민흠 시인은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시집으로 2004년 [쏙독새 애가(哀歌)] [간큰고등어]가 있으며, [100인의 한국 현대시[World Poetry] [한국 103위 순교성인]등 영문으로 번역함. 미동부문인협회, 국제시인협회(ISP), 국제계관시인협회(UPLI) .미국시인협회(PSA) 회원임.<신지혜.시인>
<신문발행일.2008.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