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외계(外界)
김경주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하나를 찾기 위해
눈 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 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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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이지 않는 바람을 그리는 양팔 없는 화가가 있다. 그에겐 이곳이 외계이다. 비록 팔이 없지만 독창적인 한 세계를 열기 위해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를 얻는 고투는, 두 손을 가진 자보다 오히려 더 몇 배 집요하고 치열하다. 아무도 그의 그림을 인정해주지 않아도 그는 육체의 틀에 매인 손이 아닌 수천의 자유로운 손을 가지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드러낼 것이다. 왜냐하면 창조예술은 예술너머에 있지않은가.
김경주 시인은 2003년 [대한매일]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나는 이세상에 없는 계절이다>가 있다. <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5월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