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시가 있는 세상]
슬픔의 식구
송재학
슬플 때 나를 위로하는 건 내 몸이 먼저다
미열이 그 식구이다
섭씨 39도의 편두통은 지금 염료를 섞고 있다
내 발열은 치자꽃대궁 같은 것
치자꽃 노란색 열매는 종일 위염을 생각하고 있다
햇빛의 양철 지붕에 세운 내 미열 학교에서
아픈 위도 명치에서 질문한다
붉은색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쓰라린 위를 향한 몸의 집착은
슬픔의 입성을 꿰차는 것이다
식구 없는 슬픔도 참조하도록!
자꾸 속삭이는 적나라한 열꽃,
자꾸 넘치는 치자꽃물의 강우량에 물드는 쪽으로
미열은 운동한다
어깨도 등도 치자꽃 가득 핀
슬픔驛의 악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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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체구조는, 모두가 서로 맞물려 정확히 돌아가는 긴밀한 네트워크로 형성돼있는 소우주다. 이 완벽한 몸의 과학적 체제는 어느 한 곳이 고장나자마자 즉시 온몸에 통제가 걸리고 미열로 신호를 보낸다. 우리 인간의 몸이야말로 얼마나 오묘한 신의 섭리에 의해 창조된 신비, 그 자체인가.
송재학 시인은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살레시오네집><푸른빛과 싸우다><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기억들><진흙얼굴> 및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우수상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2008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