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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코리아신문』
[시가 있는 세상]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오정국
읽히는 게 詩뿐이니 너는 망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한순간의 번갯불에 내 눈이 멀고 말았으니,
너는 얼음바닥을 핥아 본 적이 있느냐 얼음 속의
물고기가 되어 본 적이 있느냐 너를 기다리다가
내 이렇게 곱추가 되고 말았으니,
너는 죽은 물고기의 눈알이 되어 본 적이 있느냐
눈먼 곱추처럼 번갯불을 타고
밤 하늘을 날아 본 적이 있느냐 시커멓게 타버린 몸으로
새벽 2시의 종로 거리를 걸어본 적이 있느냐
너를 기다리는 동안
까마귀가 내 눈을 파먹고 말았으니,
너는 휴대폰의 액정화면이 되어 본 적이 있느냐 네 몸에
문자 메시지를 새겨 본 적이 있느냐 너를
기다리는 동안
수천 겹의 세월이 흐르고 흘렀으니,
단 한 줄의 碑文으로 땅에 쓰러진 적이 있느냐,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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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을 앓아본 자는 이 시의 절절한 구절들을 알리라. 정지된 시간의 캄캄한 나락을, 기다리다 곱추가 되어도, 두 눈을 파먹히고 말아도, 비문으로 쓰러져버릴 , 그 참혹한 기다림의 상처와 아린 통증을!
오정국 시인은 경북 영양 출생.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모래무덤><내가 밀어낸 물결><멀리서 오는 것들>외 평론집 다수. 현재 한서대 문예창작과 교수.
<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2008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