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시가 있는 세상]
얼룩에 대하여
장석남
못 보던 얼룩이다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에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
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
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빛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
千手千眼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
몇 푼의 돈을 모으고
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
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
적막에 스밀 때
얼룩이 남지 않도록
맑게
울어 얼굴에 얼룩을 만드는 이 없도록
맑게
노래를 부르다 가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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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람 사는 일이란 얼룩이 남는 것, 되도록 얼룩이 남지 않도록 살아야 할 일이다. 생의 안팎의 도리를 단속하고, 이리 저리 세파에 미혹되거나 고통에 서걱이지 않는 淨한 길이란 얼마나 맑고 환한 길이 되겠는가.
장석남 시인은 덕적도 출생. 1987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등 다수.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2008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