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제목[포엠포엠]가을 초대석-시인의 말 옮기는 중....2019-07-29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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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생각>

노마드, 경계를 넘다

 

신지혜

 

나는 오늘도 맨해튼 타임스퀘어 앞을 지나간다. 오늘은 지구상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좋은 날, 이 거리, 지구시민들의 하루 역시 어제와 다름이 없다. 백인 흑인 황인종 다양한 유색 인종들이 자연스럽게 와 섞이고 스민다. 나 역시, 이 세상에 나오기 전 색색 인종을 반복하여 무수히 오갔던 것이었므로 우리서로 형제나 자매들, 우리 가 모두 온 곳이 같다.


횡단보도 앞에서 마주한 이들의 다양한 얼굴 표정 하나씩 읽고 서있다. 아는 얼굴 없어도 낯설지 않은, 우리 한통속이라는 말, 모두 귀한 인연이다. 수 억겁 지나야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온다고 하니, 이 지구에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린 감사한다. 더욱이 밀키웨이 갤럭시, 이 지구별, 똑같은 시간대를 함께 누릴 수 있다니 어찌 귀하디 귀한 인연이 아닐 수 있겠는가.


나는 며칠 전 뉴욕 버팔로에 급히 가게 되어 J.F 케네디공항에서 델타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여 고도를 높일수록 내 시야에 이 지상의 그림 한 장이 펼쳐진다. 도시나 집들은 마치 장난감 레고블럭단지 같다. 가느다란 실처럼 풀어진 강줄기들, 방점 같은 푸른 호수들, 물감 엎지른 듯한 숲들, 대지위 포복한 평평한 바다 뿐. 비행기가 점점 고도로 올라갈수록 풍경은 손톱보다 더 작아지다가 결국 모두 허허로운 구름밭이다. 저 구름장 아래 지구위에선 의식주 위해 아비규환 각축전이다. 허나 그 또한 구름아래 한 장 꿈에 불과하다.


나는 늘 자유인이다. 나는 무엇인가에 엮이거나 묶이지 않으며, 나 역시 무엇인가를 묶지 않는다. 시도 마찬가지다. 하여 수행의 한 방편이기도 한 나의 시쓰기는 이세상의 가시적이건 비가시적이건 구분 없이 만나고 사귀며 조응한다. 저 우주 수레바퀴가 어찌 돌아가는 지, 조용히 관조하는 것이다. 자유자재한 무한 상상력은 곧 미래의 현실이 될 모토다. 나는 이대로 내 생각의 자유대로 잘 놀고 있다. 노마드, 그 어떤 경계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저 훨훨 유유자적할 뿐이다.

 

2018년 계간 포엠포엠 가을호. 가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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