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향기]Fresh Daily Manna
거인 발자국
신지혜
세계적인 갑부 존 홀링스워즈는 이 세상 떠날 때
전재산과 토지를 사회에 모두 환원했다 그는 늘
본사 공장 뒤편의 초라한 트레일러 속,
남루한 옷차림으로 걸인처럼 살았다
이 별에 알몸으로 와 머물며 그간 먹고 입고 살았으니,
마땅히 수확물은 이 지구의 것,
살아생전 무수한 밥상 받아 밥숟가락 들고
식탁에 오른 타의 죽음 배불리 떠먹었으니
이 별에 와서 얻은 것 또한 모두 이 별의 것이다
이 지구 또한 거저 존재하는가
가늠하기 불가한 저 우주 개스 공간에
행여 깨질세라 알을 품듯, 몇 겹 공기로 이 지구를 꽁꽁
싸고 또 싸매어 준
늙은 우주 어미 마음도 오래 생각해보는 저녁,
평생 아껴 모은 재산과 자기 모든 것 남김없이
훌훌 벗어놓고 떠난 거인 발자국,
오직 내 것 끌어안고 밤낮 허덕이는 나
헐벗은 타인 위해 무엇을 내준 적 있었던가
2010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