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知己의, 부음을 들었다
그가
밥그릇 하나를 비웠다
하루 세끼 신성한 의식을 엄숙히 집전하던 그는,
세상 골목을, 지친 그림자 끌고 다니며 머릴 조아렸다
결코 넘치는 법 없던 그의 밥그릇,
따뜻한 밥이 담겨지는 동안은 그래도
늘 행방불명이던 삶이 증명되었다
이제, 식탁 위엔 그의 수저가 없다
그는 지상 최대의 소신공양을 끝내고
자신의 그릇을 온전히 다 비워냈던가
움푹 패인 빈 그릇에
웃자란 적막이 봉분처럼 수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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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죽음이라는 거대한 명사보다 긴 여운은 수저 하나 자리를 뜬 밥상이겠지요. 돌아올 수 없는 밥그릇의 주인이 남아 흔드는 고요가 끼니마다 다녀갈 테니까요. 그러나 슬픔이 영원하지 않은 것은 세상 어디선가 어린 수저 한 벌 새로 오르는 밥상 있다는 것, 그 나란한 생명의 조율 때문이겠지요. (권선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