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제목신지혜 시집 『 밑줄 』출간-천년의 시작2019-07-17 19: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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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시인선0085] 신지혜 시집 『밑줄』

 


 

우주를 넘나드는 시의 걸음



--미주 중앙일보 및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신지혜 시인의 첫 시집 『밑줄』은 아주 커다란 언어가 담겨 있다. 서울에서 출생해 뉴욕에 거주하며 문학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철학과 삶을 이번 시집에 온전히 그려놓는다.
문화적 환경이나 생활, 정서의 차이 등으로 국외에 거주하며 자신의 시 영역을 확보해가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에너지는 이 모든 상황을 시원하게 극복한다. 역으로 불편한 상황을 자신만의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힘이 그녀의 몸 속에 숨겨져 있다.


 신지혜 시인이 펼쳐 보이는 시의 장점은 공존에 있다. ‘동양과 서양’ ‘깊이와 넓이’ ‘일상과 이상’ ‘세심한 관찰과 대담한 표현’ 등이 공존하는 시들은 그래서 때로는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때로는 가슴 깊이 젖어드는 감동을 전해준다. 시인의 이런 시집을 박현수 시인은 해설에서 코즈모폴리턴의 경전이라고 표현한다.
시인이 터득한 공존의 미학은 사소한 일상(또는 사물)을 통해 우주원리를 꿰뚫어보게도 하고 역으로 그 원리를 통해 인간의 어긋난 욕망을 꼬집기도 한다. “작은 물방울”을 통해 세상을 잉태하는 “둥그런 씨앗”의 모습을 본다든지, 존재를 “한 올만 톡 잡아당겨도 스르르 풀어져버리는 환(幻)”으로 파악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녀 시의 또 다른 장점은 어려운 것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데 있다. 우주원리라는 심오한 철학도 그녀의 손끝을 거치면 선명한 풍경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세심한 관찰에서부터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적합한 표현이 합일을 이루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대상을 머리 속에 들여놓고 육화시켜 시로 내보내기까지 그녀는 치열한 싸움을 해냈으리라.


 문인수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그녀를 ‘우주시인’이라 일컫는다. 우주의 원리를 몸에 담고 있는 시인, 그리하여 그녀가 펼쳐 보이는 시세계는 모든 경계를 뛰어넘으며 광대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우주를 “아코디언”처럼 가슴에 안고 연주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음악에 귀를 대보자.
  

[약력]

서울 출생.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2002년 『현대시학』 등단. 재외동포문학상 수상. 『시와뉴욕』 편집위원.

[自序]

몸 없는 바람처럼
마음 없는 구름처럼
훨훨 떨쳐버리고 가라
가거라

허드슨 강가에서
신지혜

[차례]

I

물방울 하나가 매달려 있다   ────   15  
죽은 女歌手의 노래   ────   17  
내가 그린 달   ────   19
파란 대문   ────   20
즐거운 고스트   ────  22
달마가 웃음을 내려놓다   ────  24
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네   ────  25
바람 부는 저녁에는 나도 함석지붕처럼 흐르고 싶다   ────  26
나의 아바타   ────  27
빈의자다섯개   ────  28
히말라야 오르다   ────  30
난을 치다   ────  32
공기 한 줌   ────  34


II

우담바라 후드득, 피어나다   ────   39  
저 고요 속에도 낙뢰가 있던가   ────   40  
홀로그램   ────   41  
바람의 명상록   ────   42  
소리가 나를 빗질하다   ────   43  
나는 물이다   ────   44  
달빛그림   ────   46  
나는 날았다   ────   48  
안개파크   ────   50  
재두루미 한 마리   ────   52  
금강경 이야기   ────   54  
한밤 기러기는 空 비파를 뜯고 나는 逍遙詠을 짓는다   ────   56  
느티나무 界面調   ────   58  


III

따뜻한 혓바닥   ────   61  
무상 1칼파를 잠행하다   ────   63  
색의 경계를 넘다   ────   64  
안개타운   ────   66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며 분열했다   ────   68  
블랙스미드   ────   71  
314 팰리세이드 애비뉴   ────   72  
맨해튼 구름 연고자   ────   74  
Barnes & Noble 서점에서   ────   76  
소호의 검은 간토기   ────   78  
못   ────   79  
시체농장   ────   80  
머쉰, 벤츠   ────   82  
사진 한 장   ────   83  
나는 사유한다 비전을 접수한다   ────   84  

IV

사이렌   ────   89  
명태   ────   91  
푸른 칼날   ────   92  
흑백필름   ────   93  
파천무   ────   94  
장마와 어머니   ────   96  
텅 빈 밥그릇   ────   98  
인사를 해야겠다   ────   99  
웃음경   ────   101  
수질 보고서   ────   102  
스웨터   ────   104  
흘러다니는 그림자들   ────   105  
얼음이 얼음에게   ────   107  
밑줄   ────   109  

■ 해   설
안개의 국적, 코즈모폴리턴의 경전 | 박현수   ────   110


[추천글]

시인 신지혜는 통이 크다. 엄청 크게 논다. 이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미국에서 거주하는, 그의 대륙 간에 걸친 개인사를 가리키고자 한 말이 아니다. 기독교가 성한 미국에 살면서 ‘바위’처럼 버티고 앉아 ‘참선’을 일삼는 ‘달마’, 왕방울 눈에 턱수염(?)이 왕성한 그의 인상을 그리고자 한 말도 아니다. 다만 신지혜는 “은하계를 돌고 돌아/마침내 이 지구에 내려선 우주인”으로서 “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힌 남루한 풍경을 “가슴에 껴안고 연주하”는 ‘악사’이며 시인임을 말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여기, 본격 우주율을 켜는 ‘우주시인’이 한 사람 나타났다. 그가 바로 신지혜다. 그의 광대무변한 시 세계와, 예측을 불허하는 상상력과,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자재한 운신이 그 이름에 값한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신지혜의 시는 참선하되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무한천공을 무대로 잘 노는 자신의 모습을 그저 훨훨 펼쳐 보여줄 뿐이다. 그러면서도 신지혜의 시는 인간의 냄새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이렇듯 그의 이 시집에는 현실과 환상이 아름다운 피륙처럼 잘 교직돼 있어 충분히 매혹적이기도 하다.
─ 문인수(시인)




신지혜 시집/문학(한국시)/신4×6판(B6)/124쪽/2007년 5월 30일 출간/정가 7,000원/ISBN 9788960210301(02810)/바코드9788960210301/펴낸곳:(주)천년의시작(서울 종로구 내수동 72 경희궁의아침 3단지 331호 전화:02-723-8668 팩스:02-723-8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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