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향기] Fresh Daily Manna
소리가 나를 빗질하다
신지혜(시인)
갑자기 비를 만났습니다
아, 글쎄
저 작은 주먹들이 무슨 힘이 있길래
조용한 세상 머리통을 두들기며
장엄한 물안개 자욱이 피워 올리는 것인지요
엉킨 구름 떼, 가지런히 빗질해 놓아
어느 한 놈의 솔결이 튀지도 가라앚지도 않게
한 음 고릅니다
빗소리 한가운데 내가 똬리를 틀고
들어앉았습니다
소리가 헝클어진 나를 고르게
빗질해 놓습니다
내가 빗속에 튀지도 가라앉지도 않고
한 음 고요히 따라나섰습니다
[아침향기] 주후 2007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