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1 14:40 | HIT : 5,015
아스바타木
신 지 혜
내과병동 닥터 캣츠가 벽에 걸린 인체해부도를 가리켰다
내 몸속 붉은 가지 푸른 가지들 이렇게 우람한 정자나무 그늘 밑에 누운 장기들은 참 신비하기도 하지
구불구불 구곡장강, 백회에서 용천까지 잘 꼬인 자일같은 실핏줄 따라, 때로 꽁꽁 묶이고 엇갈리며 한 치 오차 없이 상호 맞물린 저들 코일 감듯 잘 감아진 근육과 단단한 뼈대가 주야로 범람하던 내 슬픔의 무게 잘 지탱해 주었을 것이다 검붉은 장기들 사이, 개스와 분자덩어리 속으로 날아가는 유성들 호른 소리처럼 흘러갔을까 공기는 나를 연신 풀무질하여 차디찬 내 얼음 구들장 밑으로 따스한 군불을 지폈을 것이다
어디선가 고함소리, 쇠망치질 소리, 전화 거는 소리, 싸우는 소리, 우는 소리......
내가 그 아스바타 화엄이라니, 내가 부양하는 몸 속 수십 조 세포들 생각해본다 어찌 내가 살아도 나 혼자 산다고 하리, 저 무한 허공 속, 나 하나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하여 서로 부둥켜안고 뒹굴며 내몸 무성한 이파리들 와짝 틔워냈을 그 생명들, 나 우주나무 한 그루.
*아스바타(Asvatha)木:『우파니샤드』경전, 일명 우주목, 거꾸로 선 나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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